변성현 감독, 류승범 섭외에 12시간 매달려..."치밀한 배우였다"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0-15 09:45:12

"거절당했지만 포기 안 해"...만취한 배우 상대로 출연 승낙
류승범 "해본 적 없는 블랙코미디에 매혹"...충청도 사투리 직접 제안
영화 '굿뉴스' 제작보고회에서 변성현 감독과 배우 류승범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름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 글·사진 | 이여름 기자] "거절하면 수긍하고 가야 하는데 출연한다고 할 때까지 가지 않았고, 12시간을 같이 있었습니다."

변성현 감독이 배우 류승범을 캐스팅하기 위해 펼친 '12시간 설득 작전'의 비하인드가 공개되며 화제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제작보고회에서 변성현 감독과 류승범은 첫 만남부터 캐릭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변성현 감독은 류승범 캐스팅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데서 비롯된 악함을 떠올렸을 때 류승범이 생각났다"며 "12시간 같이 있으면서 술을 마셨고, 만취한 배우를 상대로 출연 승낙을 받았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류승범은 '굿뉴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 작품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출연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다. 6년 만의 영화 복귀를 앞두고 신중한 선택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거절하면 수긍하고 가야 하는데 출연한다고 할 때까지 가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 류승범에 대한 간절함이 묻어났다.

변 감독은 "주제가 무거워지는 순간, 장르적인 분위기를 살려줄 수 있는 배우도 필요했다. 그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배우는 류승범뿐이었다"고 캐스팅 이유를 강조했다.
 
변성현 감독이 류승범에게서 본 것은 기존 시대극의 전형적인 권력자가 아니었다. 그는 "1970년대 시대극에서 중앙정보부장은 늘 등장하지만 이를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며 "그런데 '그 악함이 천진난만함, 순수함에서 나오면 어떨까' 했을 때 생각나는 배우가 류승범이더라"고 설명했다.

'굿뉴스'에서 류승범이 연기하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은 모든 작전의 지휘권을 통제하는 정부 책임자다. 납치된 여객기를 무조건 한국 땅에 착륙시키라는 명령을 내리는 핵심 인물이지만, 기존의 무겁고 위압적인 권력자와는 다른 모습이다.

변 감독은 박상현 캐릭터에 대해 "성공하면 내 덕, 실패하면 남 탓이라는 태도를 지닌 인물"이라며 "카리스마 있는 악당의 대명사인 류승범이 순수함에서 비롯된 악을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류승범은 '굿뉴스'가 2019년 '타짜: 원 아이드 잭' 이후 약 6년 만의 영화 복귀작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첫 작품이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류승범은 "해본 적이 없는 블랙코미디 장르에 매혹됐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기존에 주로 강렬한 액션이나 범죄 스릴러에서 활약해온 그에게 블랙코미디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한 박상현에 대해 "아이 같은 천성을 가졌지만 1970년대 정보부장이라는 직위를 가진 캐릭터"라며 "사람 자체의 특성과 그 지위에 있는 특징이 충돌을 일으키는 데서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지만 박상현은 감독님의 블랙코미디적 의도가 숨겨진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류승범의 캐릭터 이해도는 충청도 사투리 제안으로 이어졌다. 그는 캐릭터의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충청도 사투리를 직접 제안했다.

류승범은 "그가 쓰는 충청도 사투리가 가진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이 이 영화의 화법과 비슷해 앙상블이 잘 이뤄질 것 같아서 제가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속내를 알 수 없는 어감이 박상현이라는 캐릭터의 복합적인 성격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배우로서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작품 전체의 톤을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었다.

변성현 감독은 "슬로바키아에서 고민을 하다 충청도 사투리 아이디어도 가지고 온 것 같았다"며 "류승범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지만,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하는 배우라는 걸 알았다"고 극찬했다.
 
변성현 감독은 류승범에 대한 인식이 작업을 통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류승범이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하는 배우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에 거주하는 류승범이 한국에 오기 전부터 캐릭터를 깊이 연구하고, 충청도 사투리라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점에서 그의 전문성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변 감독은 "12시간 동안 매달려 캐스팅했는데, 작업해보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굿뉴스'는 류승범에게 특별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설경구와 영화로 재회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두 배우가 함께 영화에 출연하기는 2010년 개봉한 범죄 스릴러 '용서는 없다'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당시 '용서는 없다'에서 설경구는 과학수사대 부검의를, 류승범은 살인 용의자를 연기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다. 15년이 지난 지금, 두 배우는 '굿뉴스'에서 각각 정체불명의 해결사와 중앙정보부장으로 만나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한 영화평론가는 "설경구와 류승범이라는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15년 만의 재회도 관전 포인트지만, 변성현 감독이 어떻게 류승범의 새로운 면모를 끌어냈을지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변성현 감독과 류승범은 '굿뉴스'가 첫 협업이다. 하지만 12시간의 설득 과정부터 캐릭터 완성까지의 여정을 보면, 두 사람의 케미는 이미 오랜 파트너 같은 모습이다.

변 감독은 류승범이 가진 독특한 카리스마와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류승범은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순수함에서 나오는 악'이라는 독특한 캐릭터 컨셉을 류승범이 어떻게 소화했는지가 관객들의 큰 관심사다. 기존의 무겁고 냉혹한 권력자 이미지가 아닌, 천진난만하면서도 두려운 새로운 형태의 악역은 류승범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새로운 시도다.
 
'굿뉴스'는 설경구, 류승범뿐만 아니라 요즘 가장 주목받는 배우 홍경이 함께한다. 홍경은 비밀 작전에 투입된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역을 맡아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매력을 펼친다.

변성현 감독은 "한두 명이 끌고 가는 영화가 아니라 여러 배우들이 오케스트라처럼 호흡을 이루는 작품"이라며 앙상블 연기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설경구는 "'굿뉴스'는 변성현이라는 지휘자가 완벽하게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합주"라고 표현했고, 류승범의 박상현은 그 오케스트라에서 독특한 음색을 내는 악기 같은 존재다.
 
'굿뉴스'는 1970년 3월 실제로 발생한 일본 항공기 납치 사건 '요도호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납치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자 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수상한 작전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

류승범이 연기하는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은 이 작전의 지휘자로,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설경구)를 불러 일을 해결하려 한다. 성공하면 자신의 공로, 실패하면 아무개의 책임이라는 교묘한 태도를 보이는 인물이다.

변성현 감독은 "실화를 완전히 따르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지금 세대에도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를 녹여냈다"며 "권력자들의 탐욕과 이권 싸움을 날카롭게 풍자했다"고 밝혔다.
 
'굿뉴스'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장을 함께한 변성현 감독, 설경구, 홍경은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류승범이 선보인 새로운 스타일의 중앙정보부장 연기가 해외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후문이다.

영화 평론가는 "변성현 감독의 '캐릭터 발굴 능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며 "류승범이라는 배우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굿뉴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변성현 감독은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지만, 이번 작품은 제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부족한 부분은 늘 보여도 그 부분마저 제가 가진 100%를 쏟았다고 생각하기에 뿌듯함이 있는 영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12시간 설득 끝에 함께하게 된 류승범,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순수함에서 나오는 악'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는 '굿뉴스'의 핵심 매력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선보여온 변성현 감독의 유니크한 연출과 예측 불가한 전개, 그리고 류승범을 비롯한 개성 있는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로 신선한 재미를 선보일 영화 '굿뉴스'는 10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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