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바로크의 거장 쉬츠, 예수 부활의 영광을 노래한 'Historia der Auferstehung Jesu Christi'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0-23 06:56:26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독일 바로크 음악의 아버지 하인리히 쉬츠(1585-1672)의 부활 음악이 역사적 연주의 대가 지기스발트 카위컨의 지휘로 새롭게 탄생했다.
2018년 4월 벨기에 틸트의 파터스케르크 교회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쉬츠의 '예수 부활의 역사(통칭 부활 오라토리오, Historia der Auferstehung Jesu Christi)' SWV 50과 부활절 모테트들을 담고 있다.
하인리히 쉬츠는 독일 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보다 정확히 100년 앞서 태어난 그는 베네치아에서 조반니 가브리엘리에게 사사하며 이탈리아 바로크의 화려함을 흡수했고, 이를 독일 루터교 전통과 결합해 독창적인 음악 언어를 창조했다.
30년 전쟁(1618-1648)의 참화 속에서도 드레스덴 궁정악장으로 활동하며 독일 교회음악의 토대를 확립한 그의 업적은, 이후 바흐로 이어지는 독일 음악 전통의 직접적 원천이 되었다.
쉬츠는 최초로 독일어 오페라를 작곡했고(현재 소실), 이탈리아 모노디와 콘체르토 양식을 독일에 도입했으며, 독일어 가사의 극적 표현력을 극대화한 선구자였다. 그의 음악은 텍스트의 의미를 음악으로 그려내는 '말 그림(word painting)'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번 음반의 핵심인 '예수 부활의 역사' SWV 50(1623)은 쉬츠의 대표작 중 하나로, 42분 55초에 달하는 장대한 작품이다. 복음서의 부활 이야기를 극적으로 재구성한 이 곡은 복음사가(Evangelist)의 레치타티보와 등장인물들의 대화, 천사와 제자들의 합창이 교차하며 드라마틱한 서사를 펼친다.
작품은 중세 수난곡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베네치아에서 배운 복합창 기법과 극적 표현을 결합해 독특한 음향 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천사의 등장 장면에서 빛나는 소프라노의 화려함, 예수의 말씀을 전하는 깊이 있는 베이스 선율, 놀람과 기쁨을 표현하는 합창의 다이내믹은 청자를 부활의 신비 한가운데로 인도한다.
지기스발트 카위컨은 원전악기 연주 운동의 선구자로, 1972년 설립한 라 프티트 방드와 함께 바로크 음악의 진정한 음향을 복원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이번 녹음에서 그는 17세기 독일의 음향 미학을 정교하게 재현한다.
안나 그슈벤트, 서예리, 마리 카위컨의 세 소프라노는 천사와 마리아의 목소리로 영롱한 음색을 선사하며, 다니엘 슈라이버, 쇠렌 리히터, 발타자르 추니가, 슈테판 셰르페의 테너진은 복음사가와 제자들의 역할을 극적으로 소화한다. 예수와 베드로의 역할을 맡은 바리톤 옌스 하만과 베이스 슈테판 포크는 권위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감동을 전한다. 특히 한국 출신의 서예리가 녹음에 참가해 한국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비올라 다 감바(토마스 바에테, 카오리 우에무라, 마를렌 티어스), 바이올린(지기스발트 카위컨), 오르간(마리오 사레키아)으로 구성된 기악 앙상블은 절제된 반주로 성악의 표현력을 극대화하며, 17세기 교회 음악의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수 부활의 역사'와 함께 수록된 네 곡의 모테트는 쉬츠 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1625년 이전 작품인 부활절 대화 "여자여, 무엇을 우느냐(Weib, was weinest du?)"는 막달라 마리아와 부활한 예수의 만남을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라(Ich bin die Auferstehung)" SWV 464는 장엄한 선언으로 부활 신앙을 고백한다.
1648년 '영적 합창 음악(Geistliche Chormusik)'에서 발췌한 "내가 알기에 나의 구속자가 살아계시니(Ich weiss dass mein Erloser lebt)" SWV 393은 욥기의 텍스트를 통해 부활의 확신을 노래하며, 1619년 '다윗 시편(Psalmen Davids)'의 "주께 새 노래를 부르라(Singet dem Herren ein neues Lied)" SWV 35는 찬란한 폴리포니로 부활의 기쁨을 찬미한다.
2019년 악상(Accent) 레이블로 발매된 이 음반은 파터스케르크 교회의 아름다운 음향을 담아냈다. 3개 국어(영어, 불어, 독일어) 해설서가 포함되어 있으며, 57분의 러닝타임 동안 쉬츠 음악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카위컨의 해석은 과장 없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텍스트의 극적 의미를 정확히 전달한다. 빠르기의 유연한 조절, 강약의 섬세한 대비, 각 성부의 명료한 균형은 17세기 독일 교회의 예배 공간을 생생히 되살린다.
이 녹음은 하인리히 쉬츠의 음악적 위대함을 재확인시키는 동시에, 역사적 연주가 단순한 고증을 넘어 얼마나 깊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지 증명하는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바흐 이전 독일 바로크 음악에 관심 있는 청자라면 반드시 들어야 할 필청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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