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콘스탄틴 고르바토프의 유작 'Through the Window in Winter', 창문 너머 겨울 풍경에 담긴 망명 화가의 향수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20 01:17:32

콘스탄틴 이바노비치 고르바토프의 'Through the Window in Winter'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러시아 후기 인상주의 거장 콘스탄틴 이바노비치 고르바토프(Konstantin Ivanovich Gorbatov, 1876-1945)의 1945년 작품 'Through the Window in Winter'는 과슈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47.6 x 34.9cm)으로 작가가 베를린에서 사망하기 직전 완성한 말년의 역작이다.

러시아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망명 화가

고르바토프는 사마라주 스타브로폴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 제국 미술 아카데미에서 니콜라이 두보브스코이 밑에서 수학했다. 그는 일리야 레핀과 아르힙 쿠인지의 영향을 받았으며, 1911년 뮌헨 국제미술전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었다. 페레드비즈니키(이동파) 전시에 참여하는 등 러시아 리얼리즘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인상주의적 색채 실험을 추구한 독특한 작가였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1922년 영구 망명길에 오른 고르바토프는 카프리 섬을 거쳐 1926년 베를린에 정착했다. 그는 레오니드 파스테르나크, 바딤 팔릴레예프 등과 함께 러시아 망명 예술가 그룹을 형성하며 활동했다. 미술사학자들은 그를 콘스탄틴 유온, 세르게이 주코프스키와 함께 러시아 인상주의/후기 인상주의의 핵심 인물로 평가한다.

실내와 실외, 현재와 과거를 잇는 이중 구조

'Through the Window in Winter'는 고르바토프 특유의 서정적 색채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실내 정물과 창밖 겨울 풍경을 하나의 화면에 담은 이중 구조는 망명 화가의 복잡한 심리를 은유한다. 전경의 제라늄 화분, 청색 찻잔과 접시, 적갈색 주전자는 따뜻한 실내 공간을 구성하는 반면, 창밖으로 보이는 서리 내린 나무들과 눈 덮인 풍경은 러시아의 겨울을 연상시킨다.

과슈 특유의 불투명하면서도 섬세한 질감 처리로 표현된 이 작품은 고르바토프가 평생 추구한 "있는 그대로의 삶이 아닌 있을 수 있는 삶"의 묘사라는 예술관을 보여준다. 쿠인지로부터 물려받은 낭만주의적 경향과 인상주의 기법이 결합된 그의 독특한 화풍은 밝은 색채와 빛의 효과를 통해 일상적 풍경을 시적으로 승화시킨다.

나치 치하 빈곤 속에서 완성된 마지막 작품

1945년 작품이라는 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930년대 중반 이후 나치 독일에서 고르바토프의 러시아 풍경화는 시장성을 잃었고, 러시아 망명자라는 신분 때문에 2주마다 경찰에 출두해야 했으며 독일을 떠날 수도 없었다. 2차 세계대전 말기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다. 고르바토프는 1945년 5월 12일 연합군의 독일 승리 직후 베를린에서 사망했고, 그의 아내는 한 달여 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작품 속 창문이라는 모티프는 물리적으로는 베를린에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고향 러시아를 그리워하는 망명 화가의 이중적 존재를 상징한다. 따뜻한 실내와 차가운 외부, 가까운 정물과 먼 풍경의 대비는 도달할 수 없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절제된 서정으로 표현한다.

꾸준한 경매 실적과 재평가 움직임

고르바토프의 작품은 소더비, 크리스티, 맥두걸 등 주요 경매사에서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그의 작품 경매 기록에 따르면 소더비에서 99점이 출품되는 등 총 239점의 작품이 거래되었으며, 이 중 174점이 낙찰되었다. 작품 가격은 주제와 크기, 시기에 따라 수만 유로에서 수십만 파운드까지 다양하다.

특히 카프리와 베네치아 풍경화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2009년 소더비 경매에서 고르바토프의 한 작품은 추정가 17만-24만 파운드에서 21만 7천 파운드에 낙찰되었다. 최근 경매에서도 그의 작품들은 7만 유로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는 등 안정적인 시장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에트 시대 공식 미술사에서 배제되었던 고르바토프는 소련 붕괴 이후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01년과 2003년 모스크바 뉴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탄생 125주년 기념 전시를 통해 재조명되었으며, 그의 작품들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러시아 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모스크바 지역 역사예술박물관에는 작가가 생전 레닌그라드 미술 아카데미에 기증하려 했던 작품들이 보관되어 있다.

미술 시장 전문가들은 20세기 러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고르바토프 작품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망명 화가의 서사와 결합된 그의 서정적 풍경화는 컬렉터들에게 미학적 감동과 함께 투자 가치를 제공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klifejourney2025@gmail.com

[ⓒ K라이프저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