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리] '비밀 결혼'의 귀환 — 치마로사의 걸작, 마침내 정본(定本)을 얻다!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5-17 00:05:54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2021년 독일 CPO 레이블이 출시한 '일 마트리모니오 세그레토(비밀결혼)'은 단순한 오페라 녹음이 아니다.
2016년 8월, 인스브루크 고음악 페스티벌(Innsbrucker Festwochen der Alten Musik)의 티롤러 란데스테아터 무대에서 포착된 생생한 라이브 공연의 기록이다. 총 재생 시간 197분 33초. 세 장의 CD에 담긴 이 음반은 18세기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opera buffa)의 정수를 현대 청중에게 가장 충실하게 전달하는 레퍼런스 음반 중 하나로 즉각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이 음반의 특별한 가치는 시대악기(period instrument) 연주에 있다. 아카데미아 몬티스 레갈리스는 18세기 연주 관행을 철저히 복원한 앙상블로, 현대 악기가 자아내는 두꺼운 음향 대신 치마로사 시대의 투명하고 경쾌한 음색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이를 통해 청중은 1792년 빈 초연의 흥분을 2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체험하게 된다.
18세기 질감을 재현
알레산드로 데 마르키(Alessandro De Marchi)는 이탈리아 바로크·고전 음악 해석의 권위자로, 인스브루크 고음악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이 레퍼토리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온 지휘자다. 그의 해석은 단호하되 결코 딱딱하지 않다. 빠른 템포와 명료한 아티큘레이션으로 극적 생동감을 끌어내면서도, 치마로사 특유의 서정적 선율이 숨 쉴 공간을 언제나 확보한다. 오케스트라를 단순한 반주 악기로 다루지 않고 드라마의 공동 화자로 세우는 것이 그의 미덕이다.
아카데미아 몬티스 레갈리스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몬도비를 기반으로 한 시대악기 앙상블이다. 현악기의 가벼운 보잉, 관악기의 자연스러운 발음, 쳄발로 통주저음의 탄력 있는 리듬감이 어우러져 18세기 이탈리아 오케스트라의 질감을 탁월하게 재현한다.
솔로이스트 진용도 수준급이다. 레나토 지롤라미(Renato Girolami, 바리톤)는 잔소리 많은 귀족 그라프 로빈슨을 풍자적이면서도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했으며, 도나토 디 스테파노(Donato Di Stefano, 베이스)의 제로니모는 우둔하지만 결코 밉지 않은 아버지의 인간미를 노래로 완성했다. 로리아나 카스텔라노(Loriana Castellano, 메조소프라노)의 피달마는 성숙한 관능과 코믹한 좌절 사이를 오가는 연기와 노래의 균형이 인상적이며, 줄리아 세멘차토(Giulia Semenzato, 소프라노)의 카롤리나는 청순하면서도 의지적인 목소리로 극의 정서적 중심을 떠받친다. 예수스 알바레스(Jesús Álvarez, 테너)의 파올리노는 서정적인 사랑의 언어를 섬세하게 노래했다.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의 왕좌
도메니코 치마로사(Domenico Cimarosa, 1749–1801)는 18세기 말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의 왕좌를 놓고 모차르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작곡가다. 나폴리 악파의 후예로서 그는 당대 유럽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카테리나 2세 궁정과 빈의 레오폴트 2세 황제 모두 그를 궁정악장으로 초빙할 만큼 명성이 드높았다.
오늘날 모차르트의 그늘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동시대인들에게 치마로사의 위상은 결코 모차르트에 뒤지지 않았다. 스탕달은 "치마로사야말로 모차르트보다 더 이탈리아적인 완전한 기쁨을 준다"고 극찬했으며, 하이든 역시 그의 음악을 높이 평가했다. 치마로사는 멜로디의 자연스러운 흐름, 리듬의 생기, 그리고 대사와 음악의 완벽한 합일이라는 측면에서 오페라 부파 양식의 완성자로 평가받는다.
압도적인 성공
이 오페라의 탄생에는 유명한 일화가 전한다. 1792년 2월 7일 빈 부르크테아터에서 초연된 당일, 황제 레오폴트 2세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단원들을 만찬에 초대한 뒤 오페라 전막을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하게 했다. 황제가 공연 앙코르를 명한 것이다 — 그것도 전막을. 이는 오페라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 작품이 얼마나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성공을 거뒀는지를 웅변한다.
대본은 조반니 베르타티(Giovanni Bertati)가 영국 극작가 조지 콜먼과 데이비드 개릭의 희극 '비밀 결혼(The Clandestine Marriage, 1766)'을 토대로 이탈리아어로 옮긴 것이다. 치마로사는 빈 궁정악장으로 부임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 걸작을 완성했고, 이후 자신의 대표작이자 18세기 오페라 부파의 불멸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신분제 사회의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
'비밀 결혼'은 제목 그대로 신분 차이를 이유로 비밀에 붙여진 결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부유한 상인 제로니모의 딸 카롤리나는 가난한 서기 파올리노와 몰래 결혼한 사실을 숨기고 있다. 아버지는 영국 귀족 로빈슨 백작을 카롤리나의 남편감으로 점찍어두었고, 로빈슨 백작은 뜻밖에도 카롤리나가 아닌 언니 피달마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이 엇갈린 욕망과 계략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실은 결국 빛을 발한다.
치마로사와 베르타티가 이 이야기를 통해 겨냥한 것은 단순한 웃음이 아니었다. 이 오페라는 신분제 사회의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귀족은 탐욕스럽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며, 진정한 사랑은 신분이 낮은 이들의 몫이다. 계몽주의 시대의 공기를 가득 머금은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같은 해방의 정서를 공유하되, 훨씬 더 명랑하고 낙천적인 방식으로 그것을 표현한다. 어떤 음악학자는 이 오페라를 두고 "슬픔이 허락되지 않는 세계"라 표현했는데, 그 말이야말로 치마로사 음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다.
데 마르키·아카데미아 몬티스 레갈리스의 CPO 음반은 시대악기 연주의 역사적 진정성과 라이브 공연의 생동감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획득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다소 노출되는 라이브 특유의 소음은 오히려 이 음악이 살아있는 무대 예술임을 상기시키는 훈장처럼 들린다.
결론적으로 이 음반은 치마로사를 처음 접하는 청중에게는 최상의 입문서이자, 이미 이 작품을 사랑하는 애호가에게는 소장 목록에 반드시 추가해야 할 기준 음반이다. 황제가 앙코르를 요청했던 그 밤의 흥분이, 230년의 세월을 건너 이 세 장의 CD 안에 온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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