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집중분석] "그들은 왜 그렇게 했을까"…tvN '100일의 거짓말'①, 1932년 경성에서 길어 올린 뜨거운 질문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10-04 13:06:46

tvN 20주년 특별기획, 10월 10일 첫 방송…소매치기 밀정과 총독부 통역관이 펼치는 100일간의 첩보 로맨스  '100일의 거짓말'의 주인공인 박진영과 김유정이 손가락으로 '100'을 표현하며 포토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글·사진 이주상 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유인식 감독과 배우 김유정, 박진영, 김현주, 이무생, 진선규가 참석했다. 사회는 박경림이 맡았다.

1932년 경성, 적의 심장부로 들어간 소매치기 소녀

'100일의 거짓말'은 밀정이 된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와 조선총독부의 엘리트 통역관이 적의 심장부에서 마주하며 벌어지는 100일간의 첩보 로맨스다. 오는 10일 밤 9시 10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토·일요일 시청자를 만난다. 총 16부작이며 스튜디오드래곤과 낭만크루가 제작한다.

유인식 감독은 "1932년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조선을 떠나는 것만 꿈꾸고 살던 소매치기 소녀가 독립군의 밀정이 되어 적진인 총독부 한복판으로 잠입하면서 시작되는 첩보 로맨스"라며 "긴장감 넘치는 첩보와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독립군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인생작 메이커' 제작진의 만남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섬세한 필력을 보여준 류보리 작가가 극본을 썼다. 김윤진 감독이 공동 연출에 이름을 올렸다. 완성도를 담보하는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가운데, tvN이 개국 2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기획이라는 점에서도 무게가 실린다.

류보리 작가는 집필 과정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바친 이들을 향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결국 내가 도달한 곳은 '사랑'이었다"며 "나는 죽더라도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찬란한 빛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암흑의 시기에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께 밝은 횃불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독립군이 직접 심은 밀정, 말과 말 사이를 읽는 통역

드라마의 차별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독립군이 일제의 심장부에 직접 심은 밀정이라는 설정이다. 류 작가는 "일제가 임시정부에 보낸 밀정들 때문에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다"며 "그런데 만약 우리도 일제의 심장부에 밀정을 보냈다면, 그것도 당시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던 어린 소녀를 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통역'이라는 소재다. 류 작가는 "통역은 말하는 이의 진실과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인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그 진실을 거짓으로 가공해 반대편에 전할 수 있는 자리"라며 "인물마다 구사하는 언어가 다른 만큼, 언어 능력의 불균형과 비대칭이 극에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자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거짓말로 얽힌 다섯 인물

김유정은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에서 총독부 통역생으로 위장 잠입하는 이가경을 연기한다. 박진영은 정무총감의 양자 사토 히데오이자 조선 이름 김태웅으로 분해 영어·일어·조선어에 능통하면서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통역관을 맡았다. 김현주는 항일단체 구국단의 저격수 유소란을, 이무생은 구국단 일원인 조선계 미국인 특파원 유필립을 연기한다. 진선규는 성공과 출세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야망가,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로 분한다.

류 작가는 "연기 잘하고 성실하고 인품 좋은 배우들과 일하는 것은 모든 작가의 소망일 것"이라며 "그 소망이 너무도 순조롭게 이뤄져, 방송을 앞둔 지금도 꿈이 아닐까 할 때가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16부작을 택한 이유, 그리고 고증이라는 숙제

최근 드라마가 10~12부작으로 짧아지는 추세 속에서 16부작을 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유 감독은 "이 이야기에는 모든 인물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변모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무엇이 이들을 이 시대에 이런 선택을 하게 했는지 그 심리를 정교하게 따라가는 것이 류보리 작가의 장점인데, 그 이야기를 차분하게 담으려면 10부작이나 12부작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도 16부까지 가는 데 내용이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시대극의 숙제인 고증에 대한 부담도 숨기지 않았다. 유 감독은 "당시 남아 있는 건물이나 장소가 거의 없어 미술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러운 작업이었다"며 "총독부, 이른바 중앙청 내부에 들어가 본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기억과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미술팀을 비롯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류 작가는 조선총독부 앞마당과 대현관, 경성역 플랫폼과 광장, 종로 거리, 토막촌 등이 정성스레 구현됐다며 "머릿속에만 있던 도시가 세트로 서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다.

대본 리딩 현장의 묵념, 외국어 연기라는 도전

제작진과 배우들은 대본 리딩 현장에서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김유정은 "무거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었는데, 다 함께 기리는 시간을 가지고 시작해 현장에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끝까지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무생은 "그 시간 이후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졌다"며 "이 작품에 집중하는 것이 보답을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배우들은 일본어와 영어 등 외국어 연기에도 도전했다. 진선규는 "작품 전까지 일본어를 전혀 몰랐다"며 두 달간 일본에 머물며 공부했다고 전했다. 박진영은 "머리가 배운다기보다 입이 배운다고 생각할 정도로 연습했다"고 말했다.

"메시지를 요약할 수 있었다면 이야기가 길어지지 않았을 것"

작품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유 감독은 정답 대신 질문을 내놓았다. 그는 "도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 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움직이게 만든 힘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이 드라마를 쓰고 만들고 연기하게 만든 힘"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시지를 요약해 전할 수 있었다면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인물들을 따라가다 보면 시청자들도 어떤 뜨거움에 닿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유정은 "'우리'가 있기 이전에는 개인도 없고, 내가 나로서 흔들리지 않고 존재하기 힘든 현실이 있다"며 "시대를 떠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메시지"라고 짚었다. 류 작가는 "사극이나 시대극에는 지금의 우리가 이 이야기를 왜 봐야 하는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첫 방송 관전 포인트

류 작가가 꼽은 관전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완벽하게 구현된 1932년 경성의 공간과, 의심하는 자와 속이려는 자 사이의 심리전이 그것이다. 여기에 1회 엔딩에 등장하는 중요 인물이 더해진다. 류 작가는 "이 인물이 누구인지는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이 사람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방송에서 꼭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100일의 거짓말'은 오는 10일 밤 9시 10분 tvN에서 첫 방송된다. 

 '100일의 거짓말'의 주인공인 박진영과 김유정이 포토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100일의 거짓말'의 주인공인 박진영과 김유정이 포토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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