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에서 빛나는 소원들 — 진킴(Jean Kim), 개별성이 모여 세계가 되는 순간을 그리다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9-27 10:10:19

 '달토끼의 여정'과 'SEOUL', 두 개의 두들링이 묻는 '함께 산다는 것' 진킴의 '호프' 사진 | 진킴

[K라이프저니|이주상 기자] 시각예술가 진킴(Jean Kim)의 화면에는 언제나 무수한 존재들이 살아 숨 쉰다.

하나의 점이 별이 되기까지

작은 선 하나, 흐릿한 얼굴 하나가 모여 거대한 풍경을 이루는 그의 작업 방식은 마치 인간 사회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개인은 홀로 존재할 때 작고 연약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 때 비로소 하나의 세계가 완성된다는 것. 진킴이 2026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신진예술가지원전시에 선정되며 선보이는 영상 작품 '달토끼의 여정 Rabbit Moon'은 바로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달에서 홀로 소원을 별로 만들어주던 달토끼는, 새로운 세상과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구로의 여행을 결심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여정의 색채 변화다. 지구에 가까워질수록 달토끼를 감싸던 알록달록한 색채는 서서히 옅어지고, 마침내 흑백의 세계가 펼쳐진다.

색을 잃는다는 것은 상실처럼 보이지만, 진킴은 이 흑백의 공간에서야 비로소 '서로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화려함이 걷힌 자리에서 존재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되는 것일까. 작은 소원 하나가 결국 별이 되어 돌아오듯, 달토끼의 여행은 지구라는 낯선 세계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지난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서울로7017의 서울로미디어캔버스를 통해 상영된다.

두들링, 존재들의 촘촘한 초상

서울로미디어캔버스 선정을 기념해 갤러리몸(Gallery MoM)은 서울시의회 본관 1층 전시홀에서 진킴의 특별개인전을 지난 21일부터 30일까지 마련했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작가가 오랫동안 이어온 '두들링' 작업이 놓여 있다.

진킴의 두들링은 단순한 낙서의 확장이 아니다. 작은 선과 이미지, 사람과 동물, 상상의 캐릭터와 일상의 장면들이 끝없이 반복되고 연결되며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직조된다. 가까이 다가서면 화면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개별 존재들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고, 한 걸음 물러서면 그 수많은 개별성이 모여 하나의 전체적인 형상과 메시지로 통합된다. 이는 마치 인간의 기억이나 도시의 풍경이 작동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무수한 개인의 서사가 쌓여 하나의 집단적 기억, 하나의 거리 풍경을 만들어내듯 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진킴의 대표작인 LOVE, HOPE 시리즈와 함께, 최근 완성한 신작 'SEOUL'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진킴의 '서울' 사진 | 진킴

도시를 다시 그린다는 것, 'SEOUL'이 던지는 질문

'SEOUL'은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진킴 특유의 두들링 언어로 재구성한 신작이다. 서울의 주요 건축물과 장소, 한강을 비롯한 도시의 풍경, 그리고 그 안을 채우는 사람과 동물, 다양한 캐릭터들이 화면 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도시의 외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킴은 작은 장면 하나하나를 쌓아 올려 하나의 서울을 완성함으로써, 그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화두 — '서로 다른 개별 존재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모습' — 을 도시라는 공간으로 확장한다. 결국 서울이라는 도시도, 그 안을 살아가는 무수한 개인들의 흔적과 서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두들링이 아닐까. 작가는 도시를 그리는 대신, 도시를 이루는 존재들의 관계를 그려낸 셈이다.

회화와 출판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의 지평을 넓혀온 진킴에게, 이번 신작은 그간의 탐구를 도시라는 보편적 공간으로 확장한 중요한 분기점으로 읽힌다.

진킴 전시회 포스터 진킴. 사진 | 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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