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야수의 붓질로 피어난 색채의 혁명’ 마티스의 '꽃(Fleurs)', 캔버스 위에 펼쳐놓은 원색의 폭발!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4-21 01:57:35
[K라이프저니|글·사진 고요비 기자]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는 20세기 미술사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가장 강렬한 영향력을 남긴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프랑스 노르망디의 르카토-캉브레지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에 법률을 공부했으나, 1889년 맹장 수술 후 요양 중 어머니가 사다준 물감 세트를 계기로 그림에 입문하게 됐다. 이후 파리 에콜 데 보자르와 화가 귀스타브 모로의 아틀리에에서 수학하며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를 흡수했고, 1905년 살롱 도톰(Salon d'Automne) 전시를 기점으로 미술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비평가 루이 복셀(Louis Vauxcelles)은 이 전시에서 마티스를 비롯한 드랭, 블라맹크 등의 작품을 보고 ‘야수들(Fauves)의 우리 안에 도나텔로’가 있다고 비꼬았고, 이 말은 역설적으로 20세기 최초의 본격적 전위 미술 운동 '야수파(Fauvisme)'의 이름이 됐다. 마티스는 야수파의 수장으로서 색채를 감정 표현의 독립적 수단으로 해방시킨 선구자였다.
야수파의 정수 — 1906년의 붓질
작품 '꽃(Fleurs)'은 그 역사적 살롱 도톰 전시로부터 불과 1년 후인 1906년 제작된 유화로, 캔버스에 유채, 54.9×46cm의 크기로 현재 뉴욕 브루클린미술관(Brooklyn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 서명은 화면 우측 하단에 'Henri Matisse'로 남아 있다. 화면의 중심에는 둥글고 묵직한 항아리형 화병이 자리하고, 그 안에서 붉은색·주황색·노란색·초록색의 꽃들이 사방으로 폭발하듯 뻗어 나온다. 배경은 청록색과 라벤더 보라, 짙은 자주색이 거친 붓질로 덮여 있으며, 오른편으로는 녹색 수직 띠가 창틀 혹은 커튼의 흔적을 암시한다.
마티스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혼합하지 않은 물감 덩어리와 짧고 활달한 붓 터치로 형태를 해체했다. 꽃잎 하나하나는 구체적인 식물의 재현이라기보다 색의 파편에 가깝다. 캔버스 일부는 의도적으로 빈 채로 남겨져 있으며, 이 미도색 영역들이 빛과 공간을 동시에 암시하는 이중의 역할을 수행한다. 브루클린미술관은 이 작품에 대해 "색 면의 구성, 색채의 강도 추구, 소재는 부차적인 것, 빛은 강렬한 색면의 조화로 표현된다"는 마티스 자신의 말을 인용해 설명하고 있다.
형태에서 해방된 색채
'꽃'이 제작된 1906년은 야수파 운동의 절정기이자 마티스 예술 세계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정물화가 아니라, 색채가 형태와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의미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혁명적 선언이다. 서양 회화의 오랜 관습이었던 원근법적 깊이와 명암에 의한 입체감을 마티스는 이 작은 캔버스에서 단호하게 거부한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서로 충돌하면서도 공명하는 색채들의 생동감이다.
이 작품이 브루클린미술관에 소장된 사실 자체도 의미심장하다. 브루클린미술관은 20세기 초부터 유럽 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수집한 미국의 선구적 기관으로, '꽃'은 미국 내 야수파 수용의 역사를 증언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색채가 시가 되는 순간
이 그림 앞에 서면 먼저 소음이 들린다. 색채의 소음. 하지만 잠시 후 그 소음은 리듬이 되고, 리듬은 어느새 침묵이 된다. 주황색 꽃잎 하나가 화면 왼편 허공에 떠 있다. 줄기도 없고 뿌리도 없다. 그럼에도 그것은 떨어지지 않는다. 마티스의 색채가 그것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 꽃잎은 슬픔처럼, 혹은 갑작스러운 기쁨처럼 공중에 머문다. 항아리는 지구처럼 둥글고 무거우며, 내부에 어두운 갈색의 심연을 품고 있다. 모든 화려함의 밑바닥에는 그런 어둠이 있다는 것을, 마티스는 알고 있었을까.
청록의 배경은 바람처럼 흔들리고, 보라빛 그림자는 꿈의 경계처럼 번진다. 이 그림은 꽃을 그린 것이 아니라 꽃을 보는 순간의 감정을 그렸다. 봄날 오후 창가에 놓인 화병을 바라볼 때 눈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그 찰나의 온기 — 마티스는 그것을 물감으로 고정시켰다.
현대 회화를 바꾼 야수
마티스가 현대 미술에 미친 영향은 야수파라는 단일 운동을 넘어 광범위하다. 색채를 감정의 직접적 언어로 사용하는 그의 방법론은 독일 표현주의(키르히너, 놀데 등)에 결정적 영감을 주었으며, 추상표현주의의 색면화가(Color Field Painting) — 마크 로스코, 바넷 뉴먼 — 에게도 선구적 모델이 됐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가 보여주는 원색의 평면적 사용 또한 마티스적 전통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그가 말년에 완성한 종이 오리기(paper cut-outs) 작업은 20세기 후반 그래픽 디자인과 패션 분야에까지 영향을 확장시켰다. H&M, 루이비통 등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마티스의 패턴과 색 조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왔다. 색채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경험임을 예술의 영역에서 최초로 체계화한 것이 마티스의 유산이다.
수천억 원을 부르는 이름
마티스는 현재 글로벌 미술 경매 시장에서 최상위 거래 작가군에 속한다. 소더비(Sotheby's)·크리스티(Christie's)·필립스(Phillips) 등 주요 경매사의 이브닝 세일에 출품되는 마티스 작품은 매번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역대 최고가 기록으로는 2021년 소더비 경매에서 마티스의 'Odalisque couchée aux magnolias'(1923)가 약 8,080만 달러(한화 약 1,100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야수파 시기(1904~1908)의 작품들은 마티스 전 생애 작품 중에서도 특히 높은 평가를 받으며, 주요 미술관 소장이 아닌 경우 경매에 출품될 때마다 수백만 달러에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낙찰가가 형성된다. '꽃(Fleurs)'과 같이 야수파 전성기에 제작된 소품 정물화의 경우에도, 작품의 상태와 출처(Provenance)에 따라 수백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예상되는 것이 시장의 통상적 평가다. 마티스의 이름은 그 자체로 현대 미술 경매 시장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치의 보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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